미국에 부는 스타디움 건립 붐
요즘 미국에서는 스타디움 건립 붐이 일고 있다. 지난 1990년부터 2004년까지 미 전역에 새로 오픈한 스타디움 수는 무려 70개. 지난 55년부터 90년까지 35년간 60개의 스타디움이 오픈한 것과 비교하면 정말 놀랄 만한 수치다. 최근 5년(2000년~2004년)사이만 해도 메이저 스타디움이 23개나 새로 문을 열었다. 스타디움 건설에 들어간 비용은 총 45억 달러(약 4조5천억 원). 이 가운데 완전히 새로 지은 것이 50여 개가 되고, 나머지도 예전 스타디움을 전면 보수, 새롭게 연 것들이다. 새로 스타디움을 지었든 보수 개조를 했든 돈이 많이 들어가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 많은 돈은 누가 낼까? 새로 들어오는 구단들이 부담할까? 스타디움을 쓸 당사자들이 돈을 내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이 모든 비용은 거의 국민들의 세금에서 나온다. 심지어 각 시들이 프로스포츠 팀을 유치하기 위해 번듯한 새 구장을 지어 구단에 바치는 경우도 많다. 90년대에 미국 전역에 스타디움을 짓느라 투입된 국민들의 세금만도 50억달러(5조원)에 달한다. 결국 거액의 세금을 써서 스타디움을 지으면서도 이에 대한 경제적 득실은 전혀 따져보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질문 하나. 내 고장에 새로운 스타디움이 들어서고 새로운 프로스포츠 팀을 유치하면 과연 주민들에게는 어떤 이득이 있을까? 어떻게든 프로팀을 유치하려는 사람들은 새 스타디움 건립으로 지역사회에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고 지역경제가 엄청나게 활성화되며, 시민으로서 느끼는 자긍심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긍정적인 효과가 많다고 선전한다. 특히 시장 혹은 지방정부가 구단주들과 짜고 정략적으로 국민의 세금을 빼내 스타디움을 건립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실제 조사 결과 스타디움 건립은 경제적인 이득이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자리 창출이나 지역경제 활성화 등은 그저 말장난에 불과한 것이다. 실제 조사해보니 구단 좋은 일만 해주는 것이지 결코 가시적인 경제적 상승요인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즉, 세금을 내는 사람 모두가 스포츠팬일 리는 없다. 때문에 스포츠 구단 유치와 스타디움 건립은 팬, 선수, 구단주에게만 유리한 게임인 셈이다. 외형적으로 엄청난 경제적 이득을 가져온다는 말들은 모두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면 맞다.
스포츠구단들은 새 경기장을 지어주면 연고지를 바꾸겠다며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열심히 협상을 하기도 한다. 새 경기장을 탐내는 이유는 새것일수록 로얄석 등이 많고 구단 이름도 팔아먹을 수 있어 그만큼 수입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수입이 늘어나면 구단 가치도 늘어나니 나중에 구단을 팔 때도 엄청난 이익을 남길 수 있다. 그러니 당연히 새 스타디움은 무척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예전에는 프로리그의 경기장은 구단들이 직접 건립했다. 1900년대 초반만 해도 뉴욕 양키스 스타디움, 시카고 컵스 홈구장인 리글리필드 등 대부분의 스타디움은 구단에서 직접 지었다. 당시만 해도 국민들의 세금으로 경기장을 짓는 일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경기장이 생기면 당연히 스포츠 팀이 이익을 챙기므로 세금으로 도와줄 이유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이러던 것이 7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타당성도 제대로 따져보지 않은 채 국민의 세금으로 경기장을 짓는 붐이 전국적으로 일기 시작했다.
한국도 스포츠 발전과 함께 대도시를 중심으로 새로운 경기장이나 체육관이 들어서는 곳이 많아지고 있다. 또 야구계에서는 뚝섬에 돔구장을 짓자는 얘기도 나온다. 물론 스포츠를 사랑하는 입장에서 시설 좋은 스타디움이 하나라도 더 건립되면 기분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수천억 원이 넘게 들어가는 스타디움 건립, 특히 세금으로 충당되는 국고의 지원이 필요한 사업은 그 경제적 득실도 꼼꼼히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국민의 세금으로 스타디움 건립을 남발하는 미국의 사례는 우리가 교훈으로 삼아야 할 부분이다. 스타디움 건설에 소요되는 수천억 원을 교육이나 다른 공공서비스에 투입하면 더 큰 효과를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참조 : 혈세로 유치하는 국제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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