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부자들의 밑지는 장사?
돈 있는 사람들은 돈자랑을 하지 않는다. 돈을 많이 버는 사람들도 많이 번다고 얘기하지 않는다. 돈을 많이 벌면 직원들에게도 나눠주고 좋은 일도 하면 좋으련만 부자들은 돈 얘기만 나오면 더 죽는소리를 하는 법이다.
요즘 한창 잘 나가는 미국 스포츠 구단들도 마찬가지다. 돈을 많이 벌면서도 항상 적자라며 울먹인다. 선수들 연봉이 너무 비싸다느니 유지비가 너무 많이 든다느니… 얼핏 듣기엔 그럴싸하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팀 보스턴레드삭스. 이 팀은 2001년 1,300만 달러(130억 원)의 적자가 났다고 보도되었다. 하지만 1년 뒤 레드삭스는 무려 7억 달러(7천억 원)에 매각됐다. 1년에 130억 원씩 적자를 보는 팀이 어떻게 7천억 원에 팔릴 수 있을까?
이건 모두 장부상의 속임수다. 수입을 교묘하게 지출로 바꾼다거나 적자에 허덕인다는 언론플레이를 이용했다고 볼 수 있다.
구단주 수입을 지출로 교묘하게 바꾸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첫 번째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오너에게 엄청난 액수의 월급을 책정하는 것. 자기가 스포츠팀의 구단주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엄청난 금액의 월급을 책정해 수입을 지출로 바꿔버린다. 이렇게 되면 그만큼 전체 구단 수입도 줄어들고 세금도 줄어드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또 하나는 자회사끼리 서로 봐주기 방법이다. 가령 시카고컵스는 현재 트리뷴 컴패니가 소유하고 있는데, 이 트리뷴 컴패니가 WGN 슈퍼스테이션(Superstation)이라는 케이블 방송국을 갖고 있다. 그러면 시카고 컵스는 WGN과 중계권 계약을 원래 시세보다 훨씬 낮은 금액에 체결한다. 시카고 컵스는 이렇게 지역방송국에서 얻는 수익을 축소시킴으로써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내야 하는 돈도 줄일 수 있다. 결국 자회사끼리 짜고 치는 고스톱을 하면 시카고 컵스도 돈을 절약할 수 있고, WGN 방송국도 싼 가격에 중계권을 사 서로가 윈윈이 되는 것이다.
또 다른 방법은 선수들의 감가상각. 즉, 일반 공산품과 같이 선수들도 시간이 가면 늙고 망가져 그만큼 값어치가 떨어진다는 ‘황당한’ 논리로 전체 수입을 교묘하게 줄이는 것이다. 스포츠 구단들은 선수들의 값어치가 오히려 시간이 가면 갈수록 느는 데도 불구하고 장부상으로는 감가상각을 엄격하게 적용, ‘탈세’의 효율적인 방법으로 이용하고 있다. 또한 구단들이 흑자를 적자로 돌려놓을 수 있는 전문적인 회계사를 고용, 회계 장부를 조작하는 것은 일도 아니다.
엄청난 수익을 거두면서도 장부 조작을 이용해 겉으로는 적자에 ‘허덕이는’ 스포츠 구단들. 이것은 세금을 회피하고 수익 배분을 피하는 교묘한 수단이다. 뿐만 아니라 선수 연봉을 깎는 근거로 사용할 수도 있다. 대외적으로는 선수들에게 너무 많은 연봉을 내줘 버는 돈이 별로 없다는 인상을 주는 효과를 거둔다. 스포츠구단들이 ‘애용’하는 대표적인 반칙으로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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